“의료진 입장에서도 당장 내년부터 임산부가 찾아와 임신중지 시술 요청을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거기다 여성들 사이에서 알려진 임신중지약물 정보도 잘못된 경우가 많다. 공신력 있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낙태죄 폐지 이후 정책·입법과제 토론회'에서 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가 내놓은 제안이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2021년부터 낙태죄가 사라진다. 원래 불합치 결정은 대체입법으로 이어지지만,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여성계의 반발로 대체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낙태죄만 그냥 사라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계는 아예 유산유도제 미프진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날 토론회는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관으로 남인순·박주민·권인숙·류호정·심상정·양이원영·용혜인·유정주·윤미향·이수진(비례)·이은주·장혜영 의원과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주최했다. 낙태죄 이슈에 대한 사실상 여성계의 힘이 결집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윤정원 전문의는 “유산유도 약물에 대한 수요는 많지만 불법이다 보니 많은 여성들이 브로커 등을 통해 정보와 약물을 얻는다"며 "그러다 보면 '수술하면 흔적이 남아서 약물을 써야 한다'는 식의 잘못된 정보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은데, 그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정상적인 도입, 처방 경로를 만들어줘야 약물 오남용을 막고, 약물 투여 뒤 3주 정도 필요한 임산부에 대한 사후 관리도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김새롬 시민건강연구소 젠더와건강연구센터장은 한발 더 나아가 '미프진의 긴급도입'도 요구했다.
토론에 나선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었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건급여과장은 "대체입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신중지 행위 전부를 급여화할 수 있는지 자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현 상황에서는 임신중단하려는 분이 상담을 원할 때, 의료기관 상담을 급여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채규환 식품의약안전처 의약품정책과장은 “외국의 경우에 임신중단 약물은 10주 이내 일 때만 쓰게 하고 있다"며 "국내에 도입된다면 충분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프진 긴급도입에 대해서는 “임신중단의약품은 출산, 보건의료정책과 연결되어 있어 일반 의약품처럼 사용해선 안 된다"며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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